SPECIAL COLUMN
우리 사회 최고의 석학 이어령 교수의 디지로그 시대의 교육
시대를 앞서는 깊은 통찰로 우리 사회를 견인해왔던 최고의 석학 이어령 교수를 만났다. 2006년 이미 후기 정보사회를 예상하며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디지로그(Digilog)>. 코로나19로 온택트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다시금 이어령 교수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뛰어난 시대감각과 통찰력에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이어령 교수와의 이야기 함께 나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하나로 이어지는 세상
2006년 이어령 교수가 <디지로그(Digilog)>를 발표할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실감하지 못했다. 단순히 상품이나 시스템에 사람의 감성이 들어가는 하이터치 개념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디지로그 개념을 알게 되었다는 이어령 교수.
“인간과 인간 사이에 접촉하는 것 바로 컨택(Contact)이에요. 이를테면 손으로 만지고 세계를 접촉한다고 하죠. 그런데 코로나19로 접촉을 하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접속(Access)’을 해요. 디지털로 된 사이버 세계에서 만나고 이야기하게 되었죠. 이렇게 ‘접촉’이 아닌 ‘접속’으로만 해결이 되면 문제가 없을 텐데, 그렇지 않거든요. 호저의 딜레마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고슴도치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 한 쌍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가까워지려고 하는데, 가까워지면 피부를 찌르는 고통 때문에 죽게 되죠. 그런데 떨어지면 추워서 얼어 죽고 그래서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어느 적당한 거리에서 이 딜레마를 풀려고 하는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결국 죽게 되죠.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예요. 대면 소통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디지털 세계로 갈 수밖에 없다 하는데 무조건적인 것이 아닌 적절한 호저의 거리를 유지하는 균형이 중요해요.”
이어령 교수는 교실에서, 강의실에서 선생님 강의를 듣고 노트하는 것만이 학습이 아니라 결국에는 옆 사람과의 소통, 감각적인 인간의 냄새 등이 어우러진 것들이 임팩트가 되어 비로써 ‘학습’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문제는 ‘접촉’과 ‘접속’ 두 개념이 대립이 아닌 보완적이어야 하며 그것이 곧 ‘디지로그(Digilog)’라고 강조했다.
“어느 대학에서 교수가 강의하다 가만히 보니까 학생들이 얼굴도 안 보고 노트만 하는 거예요. 그래서 강의 녹음한 것을 틀어놓고 나갔어요. 잠시 후에 다시 와보니까 학생들도 녹음기만 켜놓고 모두 나갔다는 거죠. 이게 바로 디지털 교육의 맹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균형을 이루어야 해요.”
디지털시대의 접화군생
구글이 모든 걸 빅데이터화 하지만 결과적으로 숨 쉬는 피부 감각을 가지고 소통하는 현실 세계에 들어오지 못하면 병풍 속의 호랑이가 될 것이라는 이어령 교수. 일찌감치 이어령 교수는 <디지로그(Digilog)>를 통해서 우리나라 사람이 ‘디지로그’를 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라시대 학자 최치원이 ‘접화군생((接化群生)’을 말했어요. 접은 접속, 액세스하다, 화는 서로 접속, 접촉하면 바뀐다, 군은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 생은 이를 통해 생명이 태어난다. ‘접·화·군·생’ 이 키워드가 코로나19 시대를 정확히 말하고 있어요. 때문에 디지털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접속하고 서로 변하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어떤 교육을 하느냐에 따라 그 역량은 매우 달라질 것이라고. 최근 뛰어난 기술로 온라인 강의가 보편화되고 있는데, 이는 마음먹기에 따라 감시와 감찰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디지털 세상에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디지로그’ 개념을 정확히 알고 교육하고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어린아이 때부터 앞으로 어떤 세상으로 변화할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세상을 ‘만들어’나갈지를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국 사람의 감각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마인드에 적응하는 전통적인 감각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이 시기를 누구보다도 잘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런 시대일수록 교육은 정보나 정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세계를 바라보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령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온택트 시대, 교육은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느 하나를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보완적이라고 했기 때문에 대면교육이 아니라 해도 디지털 온라인 교육으로도 대면교육 이상의 효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한꺼번에 일방적인 온라인 화상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학생 한 명 한 명에 맞춰 진행하면 아이들의 수업 참여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첫째, 온라인 화상교육이나 대면교육이나 소통이 없으면 안 됩니다. 줌으로 수업을 해도 학생 개개인을 이해하고 이름을 불러주고, 칭찬과 격려를 하면 그것이 온라인이든 대면이든 효과를 발휘할 수 있죠. 이 강의, 이 수업이 나를 위해서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둘째, 보통 교실에서 강의하고 집에서 숙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로 강의는 온라인으로 하고, 교실 수업에서 선생님이 숙제를 검사하면 학생들 개개인의 맞춤 수업이 가능해집니다. 모두,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건 집에서 강의로 하고, 선생님이 과외하는 것처럼 맞춤으로 숙제 검사를 하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 못하는 학생에 맞춰 눈높이 수업이 가능하죠.
Q. 학생 개인 맞춤 수업을 위해 DYB에서는 ‘에듀브레인’을 설립, AI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AI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선생님이 학생 100명, 200명을 관리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AI를 이용하면 데이터 기반으로 개개인의 의미 있는 데이터를 추출해서 학생마다 100가지 다른 답들을 줄 수 있게 되죠. 그러니까 AI를 통해 전체성을 개별성으로 만들어가는 좀 더 섬세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거예요. AI가 환자를 하나하나 분석해 처방하고 의사가 환자의 병력을 알고 맞춤형 정밀의료를 하듯이 앞으로 교육도 정밀 교육이 실현될 것입니다. 단, 한 가지 AI 결정론으로 학생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선생님이 학생에 대해 무언가를 제시하면 반발도, 인정도 상황에 따라 새겨듣고 판단할 수가 있는데, ‘너는 AI가 이랬다’ 해버리면 무조건적으로 믿게 되죠. 그래서 AI 결정론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결정론만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학생을 관리하고 맞춤으로 교육서비스 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겁니다.
Q. 선생님, 학생, 학부모 모두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가르치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가르칠 수 있습니다. 가르치려고 드는 순간, 반발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같이 풀어가자’는 자세로 서로를 대하면 마음을 열게 되죠. 꼬네상스(connaissance), 지식이라는 것은 함께 낳는 것입니다. 혼자서 얻어서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랑해서 아이를 낳듯이 지식 또한 함께하는 사람들이 낳은 공동의 것이죠.
가르치는 선생님, 학생, 학부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세 집단이 모였을 때 집단지성이 발휘되고 최고의 천재들이 태어납니다.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 따로 있고 학부모와 학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세 사람이 함께해야 합니다. AI는 AI끼리 모여 집단지성을 만들지 못하지만, 사람은 열 사람이 모이면 한 사람의 천재를 이길 수도,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도 있어요. 학생, 선생님, 학부모가 지식을 가르치고 받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창출하는 집단이 되었을 때 그것이 바로 진정한 교육이 아닌가 합니다.
edit. 라이브 최선 제이미 부대표
photograph. 이원재(Studio Bomb)